
여기는 파리 드골 공항.
인천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KE902편 탑승을 위해 왔다.

볼로냐에서 탄 비행기가 도착한 시간이 약 오후 5시.
비행기가 밤 9시니까 약 4시간을 터미널에서 보내야 했다.
그럼 영화 터미널의 주인공이 됐다고 생각하고 한 번 구석구석 둘러볼까?
포기하고 스시집에서 3만원짜리 스시도시락 하나 먹고서 8시까지 버티다가
이제 선물 다 사고 게이트로 향하는데 울리는 휴대폰
'기체결함으로 출발이 23시로 지연되었습니다'

하...두 시간을 더 버텨야 하다니;;

공항 구조가 익숙해 지기 시작했다.
진짜 터미널 찍는 거 아녀

야속한 안내판이여

오? 플스존이 있다. 이게 말이 됨?

이거 밤도 샐 수 있겠는데

일단 한 판 하자.
카라바오컵의 복수를 해주마

내가 이겨쒀!!! 제발 포치경질 좀.
근데 그래도 시간이 안간다.
슬슬 배고프던 찰나에 갑자기 방송이 나오더니 간식을 배부할 테니 무료급식 받으러 오라신다.

냉큼 받자

저 맛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굶었을 맛이다.
타면 라면이라도 달라고 해야 겠다
"대한항공에서 승객여러분들께 안내말씀드립니다. 금일 23시에 출발예정이던 KE902편은 기체결함으로 인해 결항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ㄷ..."
!!!!!!!!
????????????
네??????????저기요 결항이요???????????????????????
웅성웅성하더니 누군가
"야 뛰어 무조건 먼저 받아야 해" 하더니 몇 명이 거의 뛰기 시작한다.
당황할 시간이 없다 얼른 움직여야 한다.
일단 수하물 벨트에서 수하물을 찾고서 입국심사를 받아서 입국한 다음....대체 항공편을 안내받으라고 한다.

이것은 흡사 전쟁 난민
공항의 한 직원이
Hello everyone~Welcome to Paris~하고 드립치는데 어이없어서 웃었음
자 짐은 찾았고 이제 남은 건 대체 항공편이다.
당연하겠지만 대부분 살면서 비행기 결항은 처음이라 다들 체크인 카운터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하나 둘 씩 목소리 큰 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책임자 나와!!!!"
"그래서 대안을 말하라고요!!!"
"대한항공 이래서야 아시아나 인수하겠어요!!" (음?)
시계를 보니까 자정이 가까워 졌다. 즉 난 이 공항에 7시간째 머물고 있었다.
일단 여행사에 전화해서
"실장님 저 결항이래요"
"매니저님! 무조건 목소리 큰 사람 주변에 있으세요!"
???
항공사는 무조건 목소리 큰 사람 우선시할 수 밖에 없고 그 사람들이 좋은 조건이라고 한다.
헉 ㅋㅋㅋㅋ 저 분들이 현명한 거 였다.
일단 대한항공에서 책임자 한 분이 오셨고 그 분의 안내사항은 이랬다.
1. 대체 항공편은 이틀 뒤 목요일입니다.
2. 만약 내일 꼭 귀국하셔야 하는 분들은 다른 도시를 경유하는 비행편을 해드리며 내일 아침 이 곳으로 오시면 됩니다.
3. 호텔 바우처를 드릴 건데 일단 본인 부담으로 하시고 저희들에게 청구하면 하루에 200유로 정도를 돌려 드리겠다.
음....
"팀장님, 어떻게 할까요"
"그냥 하루 쉰다고 생각하고 목요일에 와"
"넵!"
일단 호텔을 예약해야 했다.
그 시간에 예약가능한 호텔이 많을 리 없기때문에 얼른 예약부터 했다.
그리고 카운터 근처는 그야 말로 개판이 따로 없었는데
항의하는 사람들과 어쩔 줄 몰라하는 대한항공 직원들의 숨막히는 신경전이 벌어 졌다.
일단 직원이 책임자 제외 세 명 정도 있었는데
두 명은 각각 비지니스 카운터와 모닝캄 카운터에 있고
나머지 한 명은 아마도 밀리언 마일러와 같은 사람들을 찾아 다니면서 설명중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코노미 카운터에는 한국인 직원이 한 명도 없는 것이었다;;
개빡친 승객 한 명이 와서 저기요 여기 한 명만 와달라고 이 사람들 한국말 하나도 안통한다고 (?)
몇 번 말했는데 직원들도 오더 받은 대로 해야 해서 그런지 눈치보면서 안움직이더라.
그건 좀 그랬다 ㅠㅠ 기상이변도 아니고 본인들 기체결함으로 인한 결항은 항공사가 온전히 책임을 져야 했다.
근데 대체 항공권하고 호텔 바우처만 받는 건 간단한 영어로 하면 될 건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하는 의문은 돌아가는 날 해소되었다.
내 차례가 되어서 항공권이랑 바우처 들고 책임자분에게 가서
"저는 호텔 따로 예약했으니 200유로 나중에 어떻게 청구하나요?"
"바우처가 발급이 됐으면 그 바우처의 호텔만 이용하셔야 합니다. 예약하신 호텔은 취소하십시오"

"...선생님 저 취소불가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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