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도시를 방문하기 전에 그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보면
여행이 더 재밌어 지고
보다 보면 다 거기가 거기같은 흔한 풍경들도 달라 보인다.
비엔나의 경우 그러한 영화가 비포 선라이즈다.
오래 전 작품이라 그렇게 감명깊지는 않았지만
남주가 여주에게 제대로 빠져드는 곳인 알트 앤 누 레코드샵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호텔에서 걸어서 약 10분 정도 거리였기 때문에 바로 출발

전날 비가 와서 우중충한 것이 딱 좋아하는 날씨다.

걷다 보면 두 주인공이 들렸다는 카페 스펄이 나오는데

이것들 돈 없다면서 카페는 비싼 곳 갔다.
후기를 보면 퀄리티도 별로고 직원들 불친절하다는 내용들이 많다.
그런데 사실 영화에서도 별로라고 나오기 때문에 현실고증을 위한 거 아닐까?
물론 내 돈은 매우 소중하기 때문에 들어가진 않았다.

뭔가 이제 곧 나올 거 같은 계단.

저기다!

간판을 보니까 영화 속으로 들어간 기분이었다.

내부는 그야말로 오래된 레코드 가게 자체였다.


무슨 베토벤 브람스 같은 클래식 부터 없는 장르가 없고
당연히 난 대부분 모르는 것들이었다.
다만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아직 영화를 보고서 찾아 오는 손님들이 적지 않아 보였다.

둘이서 음악을 들었던 감상실은 이제는 이용할 수 없고 이렇게 포스터만 붙어 있다.
저 감상실에서 줄리 델피를 보며 얼굴이 빨개지는 에단 호크의 모습이 비포 선라이즈 최고의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다른 곳을 볼 때 날 보는 시선이 좋아"
뚤레 뚤레 구경하고 있는데 직원이 갑자기 물어 봤다.
"너 비포 선라이즈 보고서 왔음?"
"ㅇㅇ"
"이리 오셈"
???

여기서 비포 선라이즈에서 나왔던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ㅋㅋㅋ
사실 직접 들을 생각은 없었는데 주니까 그냥 들었다.

역시 LP가 주는 특유의 낭만은 무시 못했다.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정말로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지만
혼자 였기 때문에 낭만보다 빠르게 현타를 느끼고 적당히 궁상떨고 헤드폰을 내려 놨다.

한국 관광객분이 적어 주셨나 보다.
덕분에 좋은 경험해서 뭐 살 거 없나 하고 봤는데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에코백을 10유로에 팔고 있었다.
그런데 만져보니 너무 얇아서 몇 번 들면 터질 거 같아 어쩌지 하고 있었는데
직원이 다시 와서 전부 손으로 직접 만든거라 디자인은 같지만 모두 조금씩 다르다고 열심히 말씀하시길래
관광지 입장료라고 생각하고 하나 골랐다. 이런 매출도 없으면 유지가 안될 거 같았다.
그러더니 직원이 두리번거리더니
"님 재즈 좋아함?"
"응 그럼(한번도 안들어 봄)"

"이거 하나 주겠음"
!!!
"그리고 엽서도 드림"
아니 이 정도면 10유로 안아깝지~미리 알려주지 그랬어.
재고처분같지만 그래도 고맙게 받을게.

개이득. 물론 LP기계는 없지만 인테리어용으로도 충분하다.

저 젤리 롤 몰튼이라는 분이 재즈의 아버지격인 네임드시던데 나중에 한 번 들어봐야지.
암튼 너무 좋았던 방문이고 비포 선라이즈를 재밌게 봤다면 굳이 말 안해도 갈 거 같고 안봤어도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유럽의 오래된 레코드샵을 한 번 느껴보세요.

https://maps.app.goo.gl/qNmc4pMRyPSLDoQ36
Teuchtler - Alt & Neu Recordstore · Windmühlgasse 10, 1060 Wien, 오스트리아
★★★★★ · 음반 판매점
www.goo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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