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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 travel/2023

대만 출장기 2편 : 소회와 반성기

by Twerd Klony 2023. 11. 13.

이번 방문으로 아마 세보진 않았지만 대만을 대략 열 번은 넘게 온 거 같다.

코로나로 3년 정도의 공백 이후 다시 찾은 대만은 여전히 그 느낌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번 방문이 기존과 다른 점이 있다면 드라마 화등초상을 굉장히 재밌게 보고 있기 때문에

배경이 되는 종산역 뒤편 골목길을 저녁에 한 번 걸어 봤다.

 

코로나로 거리 자체가 거의 죽어 버리고 몇몇 가게만 겨우 운영되고 있어

화등초상의 히카리나 슈가를 떠올릴 수 있는 곳은 별로 없다.

당연히 들어가 보진 않았다. 난 부자가 아니기 때문.

 

대신 라이브 바를 들어갔는데 일본 버블경제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중년의 웨이터분과 70은 넘어 보이는 사장님이 계셨고 역시나 둘 다 일본인이었다.

사장님은 왕년에 한 가닥 하셨을 거 같은데 88년 마담 로즈가 지금까지 있으면 아마 저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술 마시고 있으니 인사오셨는데 대화를 좀 해보니 이 가게와 함께 한국과 대만에서 운영되는 골프웨어 오너시란다 ㅎㄷㄷ

그 말 듣고 보니 손가락의 반지가 보통 커 보이는 게 아니었다.

 

손님은 우리와 노인분들 딱 두 테이블이었는데 한 분은 중간에 아예 주무셔 버림 ㅋㅋㅋ

 

공연자들의 연주가 시작되고 나서 사장님이 지시하니까

연주자가 자고 있는 할배 앞에서 연주해서 깨우는 거 보고 웃겨서 뒤로 넘어갈 뻔 함.

영상으로만 보던 일본 버블 경제 시절의 바를 타임머신 타고 경험한 거 같아서 좋았다.

 


 

대학생 시절부터 틈만 나면 해외로 돌아 다녀서 그런지 주변에서 여행지 추천을 제법 받는 편인데

사실 이전까지 해외여행을 처음 준비하는 분들을 제외하고는 대만이라는 국가를 여행지로 굳이 추천하지 않았다.

 

이유는 꽃할배 이유 폭발적으로 증가한 한국 관광객들 중에 타국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진상들을 너무 많이 봤다.

대만은 특히나 저렴한 물가와 낮은 진입장벽에 일본을 정치적인 이유로 꺼려하는 분들에게 최고의 여행지인데

그래서 인지 너무 쉽게 생각하고 한국에서 하던 대로 무례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높다.

다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그럼 분들의 비중이 유독 높다.

우리나라보다 확실한 선진국인 일본과 달리 대만은 아래로 보고 거만한 사람들도 있었다.

대만이 양안관계가 있어서 그렇지 국가전체로 보면 친일성향이 강하고 혐한정서도 꽤 있다.

무엇보다 현재 대만은 우리나보다 잘 산다.

그리고 반대로 너무 올려치기 하는 분들도 있어서 그냥 대만에 있을 때 가능한 한국 단체관광객들과는 최대한 안마주쳤으면 하는 때가 있었다.

문제는 대만 어딜 가나 한국분들이 많다 ㅋㅋㅋ

타이중 아래 쪽은 덜하지만 요즘은 현지인들도 잘 안가는 곳 가시는 분들도 있다는데

코로나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긴 하나 보다.

 

여튼 이런 이유로 해외여행지로서 이점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해외 여행이 가진 매력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책이나 영상에서만 봤던 장소에서 경험하는 새로움과

두 번째는 일상에서 벗어나 리프레시를 하면서 동시에 새삼 느끼는 일상의 가치다.

 

이중 대만의 경우는 새로움의 측면에서 위와 같은 이유 국내 관광지와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그냥 일본을 추천하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자주 와서 그런 지 아니면 나이를 먹어서 그런 지 모르겠지만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일단 자주 올 수 있다는 점이 엄청난 메리트인데

이게 단순한 접근성을 떠나 과거에 왔던 낯선 장소에 다시 옴으로써 그 당시를 추억할 수 있고

그 곳에서 만들었던 추억의 색을 더욱 진하게 할 수 있다.

 

때로는, 그리고 경험이 쌓일 수록 새로움에 대한 기대감 보다는

추억을 곱씹는 것이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거 같다.

 

비행시간 10시간이 넘는 곳 자주 갔다간 골병든다.

 

그리고 돌이켜 보면 초반에는 대만에서의 일정이 너무 힘든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지 않았나 싶다.

대만만 오면 제정신으로 호텔에 들어간 적이 없다.

대만 아재들 왤케 술을 좋아하는지;; 말도 안통하는 동네 친구들 다 소개시키면서 고량주 먹이는 아주 고약한 양반들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 양반들하고 정이 쌓여 버리고 다른 대만 지인들과 너무 친해졌다.

특히 가이드하는 분은 정말 한국을 너무 사랑해서 아예 업으로 삼고 있다.

한 명이라도 더 추천해서 그 분 일자리가 없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겠다.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 대만은 3박 4일 정도 짧게 자주 다녀 오시는 것을 추천한다.

일주일 이상의 시간을 부여하는 건 아직도 권하지 않는다.

단기여행, 그리고 초보자에게 좋은 여행지라는 것이 결코 떨어진다는 뜻이 아니다.

여행이라는 것이 무조건 길고 멀리 가서 여독을 쌓는 것만이 좋은 게 아니고 각자가 추구하는 여행의 가치는 같을 수 없다.

 

언젠가 대만에 나중에 지인이나 가족을 데리고 한 번쯤 가보고 싶다.

맛있게 먹었던 식당을 데려가고 대만 지인들을 소개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굉장히 좋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