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 모든 사람은 딱 4가지로 분류되었다.
A, B, O, AB
오죽했으면 B형 남자라는 영화도 나왔었다.
물론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이 결정된다는 것이 말도 안된다는 건 당시에도 모두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스 브레이킹이나 장난으로 사용했고, 그마저도 거의 안쓰던 와중에
갑자기 MBTI라는 녀석이 등장하더니 기업에서 채용에서 조차 반영할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이게 만들어진 것이 무려 1944년이다.
캐서린 쿡 브릭스라는 작가와 그녀의 딸 이자벨 브릭스 마이어스가 분석심리학 모델을 바탕으로 만든 성격 유형 검사
세계 2차 대전 이후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 지자 적합한 직무를 찾기 위해 개발되었다고 한다. (출처 꺼무위키)
그래서 이름도 개발자들의 이름을 따서 MB가 붙는다(?)
세상에 10년 전도 아니고 김부자 선생님이 태어나신 1944년에 개발된 거라니.
근데 이게 2020년대에 들어서 킹한민국에서 열풍이 분 이유는 뭘까. 당연하게도 난 모른다.
모르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MBTI만큼 좋은 게 없으니 그거면 된 거지.
어쨋든 회사 연수에서 유형 검사를 했었는데 결과는 ENTJ가 나왔다.
보니까 한국인에게서 가장 적은 유형이라고 한다.
그 동안 별났던 이유를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당연하겠지만 MBTI는 살면서 변하기 마련이고 각기 다른 사람을 16개의 유형으로 특정짓는 다는 것은
수많은 오류가 많겠지만 4개로 분류하던 시절에 살다가 무려 16개로 확장된 세계관은 구체적이고 과학적이기만 했다.
(특히 약점 쪽에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정확하더라)
그리고 같은 MBTI여도 그 중에 정도의 차이가 있을 테니 순서까지 고려하면
4*3*2*1 = 24개에 16이니 384개의 유형이면 그래도 얼추 모두 특정지을 수 있다고 하지 않을까.
나의 경우는 J-T-N-E의 순서로 강하다.
ENTJ가 8개의 E중에 가장 내향적이라는데 맞는 거 같고 다른 사람이 평가한 MBTI중에는 INTJ도 있어서 아마도 E가 가장 약할 거다.
반면에 파워J로 여태껏 만나온 사람들 중에서 나보다 J인 사람은 못봤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때로는 좀 과할 정도로 J성향이 있다.
예를 들면 지난 말레이시아 출장 때 예상치 못한 카드를 꺼낼 일이 생기자 당황해서 결국 카드지갑 차에 놓고 내려 버림.
T는 말하자면 끝도 없고 N은 잼민이 시절 다모임 타이틀이 현실지향적 낭만주의자였으니 역시 맞다.
외향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매주 외부활동이나 사람들 못만나면 견디지 못하는 성격아니고 한 달 동안 집에만 있었던 적도 있기 때문에 그 중에서는 내향적인 거 같다.
다만 ENTJ는 스스로가 생각해도 상대하기 쉽지 않은 유형이다.
바로 윗줄을 적으면서도 '상대하기 쉬우면 호구아냐?'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거 보면 역시나 어려운 유형 맞는 듯.
그래서 MBTI는 나는 이런 유형이니까 난 이렇게 살겠다라는 거 보다는
단점을 고쳐나가는 목적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나이 먹고 성격 고치는 게 쉽겠냐마는 ENTJ의 약점을 보면서 그래도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때 가능한 들어주고 하고 싶은 말에서 수위 높은 3분의 1 정도는 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전세계 ENTJ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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