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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drama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 만화가 미야자키의 자서전 (스포X)

by Twerd Klony 2023. 10. 26.
극장에서 이걸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이다.

미야자키 할배가 은퇴를 번복하며 새로운 작품을 낸다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일이었다.
지브리팬으로서 사실 이번 작품이 어떤 내용이든, 어느 수준이든 무관하게 극장에서 볼 생각이었다.
 
 일본에서 개봉 이후에 평가가 꽤나 극명하게 갈렸고 불호의 경우는 공통적으로 '난해하다'는 거였다.
딱 이 정도 알고서 오늘 극장을 찾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개인적으로는 매우 재밌게 봤고 극장에서 내려가기 전에 한 번 더 볼까도 생각 중이다.
이 작품은 익히 알려 졌듯이 80대 고령의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지막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그렇기에 에니메이터로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철학과 지향하는 바들이 모두 담겨 있다.
지브리 작품들을 관통하는 반전주의가 진하게 묻어 있으며
그 동안 본인이 만들었던 작품들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많다.
따라서 지브리 작품들을 많이 봤다면, 그리고 스튜디오 지브리의 팬일수록 이 작품에 대한 평가는 높을 거라고 예상한다.
어떤 장면에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그리고 원령공주와 고양이의 보은도 떠오른다.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꽤나 불친절한 작품이다.
난해하다라는 평이 이해가 된다. 124분의 런닝타임은 절대 길지 않으며
두 시간이라는 시간 안에 담고 싶은 내용과 장면들이 너무 많아서 설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개인적으로 런닝타임을 더 늘렸거나 내용들을 일부 줄였다면 보다 이해하기 쉬운 영화가 됐을 거 같다.
 
다만 먹기 불편하다고 해서 맛없는 음식이 아니듯이 이 영화의 수준은 높다.
일단 호평이 많은 작화는 정말 좋다. 역시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부드러우면서 섬세한 그림이 일품이다. 특히 처음 도쿄 화재 장면은 명장면.
 

다른 지브리 대표작과 비슷하게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역시 어린 주인공의 성장스토리이다.
중간중간 웃음포인트도 있고 감동도 있다. 마지막은 어떤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데 스포가 될 거 같다.
초반부는 살짝 늘어지는 감이 없지 않지만 이후 전개는 매우 훌륭하고 결말은 만족을 뛰어 넘었다.
 
지인에게 이 영화를 10점 만점에 9점이라고 했더니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비교하면 어떤가 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만약 지브리 영화들을 보지 않았다면 당연히 하울보다 낮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그만큼 뛰어난 작품이기도 하지만 호불호가 덜한 보기 편한 작품인데 반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아오 제목 길어)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다.
 
반면에 다른 지브리 작품을 많이 봤다면 하울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난 하울보다 재밌게 봤으며 여운도 진하게 남았다.
하울 이후 오랜 만에 참여한 기무라 타쿠야의 목소리도 반가웠고 아이묭은 신의 한 수였지 않나 싶다.

즉 기존의 작품들이 특정 연령대를 위한 동화라면 이번 작품은 지브리의 오랜 팬들을 위한 선물이자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별인사와도 같다.
 
어린이들에게는 동심을,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해주는 게 에니메이션이라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그의 작품들과 함께 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해준다.
 
동명의 원작 소설이 미야자키 어머니가 선물한 책이고 주인공인 미히토는 결국 미야자키 자기 자신이다.
말년을 맞이한 미야자키 하야오가 에니메이터로서의 삶을 집대성한 작품이 바로 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마음에 드는 포스터

그렇게 좋은데 왜 9점인 이유는
객관적으로 보면 불친절한 장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고 지브리팬으로서는
10점이라고 하면 할배 만족해서 더 안만들거 같은 망상이다.
 
들리는 말로는 벌써 차기작 준비중이라는 말이 있으니
요즘은 백세시대니까 미야자키 할배 딱 십년만 더 일해 주십쇼.
 

붉은 돼지 같은 거 하나만 더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