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 집단 지성은 멍청하지 않았다.
나이를 먹어서 인지 아니면 최근 정치판도가 재밌어 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22대 총선은 여태까지 봤던 총선 중에 가장 흥미진진하고 결과 또한 놀라웠다.
총선 결과를 가지고 주변 지인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눠보니 역시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 맞고
이야기거리와 도파민 촉진제를 많이 만들어 낸다.
심판하되 폭주하지 말아라

사실상 양당제 한 축으로서의 마지노선과도 같았던 100석은 지켰지만
캐스팅 보트에서 거의 전패한 거에 모자라 텃밭이라고 불린 지역에서의 지지마저 흔들린 국민의힘은
겨우 부활을 꾀할 수만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의아한 건 선거 한참 전부터 이와 같은 결과가 예측되었는데 정공법만을 고수한 건 이해가 안된다.
거기에 민주당 상대 무패였던 원희룡을 포함한 무게감 있는 후보들이 줄줄이 패배하면서 소득이라고 할 만 한 게 있나 싶을 정도.
더불어민주당이 175석이지만 조국혁신당과의 연합은 당연시 되기 때문에 사실상 180석 이상을 확보했고 다른 여타 진보성향의 숫자까지 하면 개헌 숫자인 200에 거의 근접했다.
들어 보면 강경 진보지지자들은 200을 못넘긴 것에 대해서 대단히 아쉬워 하고 불만이 많다.
반대로 강경 보수지지자들은 이제 나라 망했다고 한다.
좌우 극단지지층이 모두 불만이라는 말은 선거가 옳게 되었다는 걸 뜻한다.
즉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을 하되 그것을 넘어서 개헌과 그 이상의 행위를 강성지지층들의 보이스만으로
국민들이 허용했다고 착각하여 폭주하지 마라는 걸 뜻하는 결과다.
솔직히 최종 숫자를 보고 적잖이 놀랬다. 마치 맞춘 것 처럼 정교한 결과가 나왔다.
민주주의에서 견제라는 장치는 매우 중요하다.
애초에 민주주의가 최선의 결과가 아닌 최악을 피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정 세력에게 거의 모든 걸 바꿀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면 그 칼이 올바른 곳으로 향하기 어렵다.
그건 좌든 우든 마찬가지다.
조국

무려 12개의 좌석을 확보하여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킨 조국혁신당.
무지하게 자극적인 맛이긴 하지만 조국은 정치인으로서 성공적인 출발을 했다
민주당은 정치적으로 조국혁신당에 손을 내밀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진보진영에서 그의 존재감은 무섭게 상승하여 이재명과 자웅을 겨루지 않을까 싶다.
다만 모든 화제로 등장한 정치인들이 그렇 듯 정치인 조국의 진짜 심판대는
정권심판이 아닌 정치인으로서 그가 희망하는 대한민국의 모습과 각 종 정책의 지향점이 될 거 같다.
이재명은 정말로 웃고 있을까

내가 만약 이재명이라면 마냥 기쁘진 않을 거 같다.
친명계 중심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더불어민주당 옆에 조국이라는 인물이 등장했다.
조국혁신당의 12석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의 좌석을 가져온 거기 때문에
당의 승리와는 별개로 자신의 입지에는 위협을 느꼈을 것이다.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면 향후 이재명은 정치실무와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중도쪽으로 가면서
조국과 차별성을 두고 승부를 보지 않을까.
이준석과 개혁신당

이번 선거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둘 있는데 바로 이준석과 조국이다.
그야말로 원맨쇼로 더블스코어였던 격차를 뒤집는데 성공했고 각종 커뮤니티들을 뒤집어 놓았다.
이 정도면 선거 역사에 남을 만한 쾌거고 본인을 내쳤던 국민의힘을 더욱 속쓰리게 만들었다.
물론 개혁신당이 본인포함 3석 뿐이라 완전한 성공은 아니지만
어그로 하나는 기똥차게 끌기 때문에 향후 존재감 하나는 확실하게 보여줄 거다.
장담하는데 국민의힘에서 이준석을 내치지 않고 그대로 밀어줬으면 이번에 120석은 얻었다.
나는 대한민국에 이준석과 같은 정치인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단점이라고 지적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하고 장점을 계속 발전시켜서
향후 보수의 아이콘이 되어 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허무하게 날린 한동훈이라는 카드

가장 아쉬운 게 한동훈이다. 너무너무 아쉽다.
이번 선거에서 한동훈은 사실상 얼굴마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거 같다.
보수진영의 근원적 문제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쨋든 이 사람은 이런 식으로 소비되어서는 안된다.
정계은퇴 심상정

심상정 ㅠㅠㅠㅠ...고생하셨고 앞으로 방송패널이나 토론회 자주 나와 주십쇼ㅜㅜ
집단지성은 멍청하지 않았다.
주변의 지인들 중 진보와 보수의 비율을 보면 진보가 60% 정도 된다.
다행히 강경파에 극단지지층은 없어서 비교적 정치에 대해서 가볍게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다.
나는 진보든 보수든 극단지지층은 무조건적으로 배척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가 팬덤정치가 되면서 그런 강경파들이 주류가 되고 오히려 그들이
중도를 이도저도 아니라고 비판하며 상대방은 상종도 못할 부류들이고 본인들만이 맞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에
환멸을 느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뭔가 그래도 자정작용이 이루어 지고 있는 걸로 보여서 긍정적이다.
역시 사람들이 보고 느끼는 게 대부분 비슷한 게 맞나 보다.
물론 뭔 이런 사람이 당선됐지 싶은 곳도 몇 군데 있지만 뭐 그 정도야.
본인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대한민국 (당장은) 절대 안망하니까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너무 좋아할 필요도 없다.
당선된 저 분들 너무 믿지 말자.
다음 선거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