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erd Klony in Europe #5 볼로냐 : 인생 최고의 파스타를 맛보다
탑승 게이트가 공항 맨 끝인 줄 모르고 아무 생각없이 여유부리다가
구두 신고서 발에 땀나도록 뛰어서 클로징 직전에 세이프했다.
대참사가 날 뻔 했다.
아마도 높은 확률로 출장이 아니라면 볼로냐라는 도시는 평생 가 볼 일 없는 곳일 거다.
여행 커뮤니티 보면 신급 고수들의 후기들이 조금 있을 뿐이다.
그럴 만도 한게 딱히 관광거리가 많은 것도 아니고
위치도 애매해서 볼로냐에서 기차로 한 시간 거리에 피렌체라는 엄청난 도시가 있다.
그래도 뭔가 이탈리아의 도시가 주는 특유의 멋드러지는 느낌은 방문객을 기분 좋게 해준다.
호텔에 체크인 하고서 저녁까지 딱 한 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가장 유명하고 사실상 유일한 관광거리라고 하는 광장에 가 보았다.
오....
이탈리아가 아니었다면 묻힐 도시가 아닐 거 같다.
그냥 유럽의 소도시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고풍스러운 광장이 있었다.
유럽에 살고 있는 지인에게 볼로냐 장난 아닌데요? 하니까
"이탈리아는 모든 도시가 그래요"
좋겠다 이 마르게리따님들아 넘모 부럽고.
유럽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신선한 과일 가게
생수 구입하고 싶어서 구글맵으로 찾아서 갔는데 없어서 허탕친 슈퍼마켓.
주인 아저씨가 너무 친절해서 기억에 남았다.
도시가 브라운 한 가지 톤으로 되어 있는데 정말 너무 예쁘다.
그리고 산업도시라서 이탈리아에서도 부자 도시에 속한다. 인당 GDP가 서울보다 높음.
거리도 깔끔해서 좋은 인상의 도시.
식당은 전에 검색해서 예약하고서 향했다.
신기하게 저녁 시간이 빨라야 오후 7시 부터다.
볼로냐가 볼로네제 파스타의 근원지라고 한다.
볼로네제 라는 이름이 볼로냐에서 왔다고 해서 볼로네제 라구 파스타집으로 찾았다.
딱 한 끼 먹을 수 있는데 다른 음식을 먹을 수는 없었다.
극찬하는 후기들 밖에 없어서 나름 기대하고 찾아 간 La Taverna di Roberto.
뭔가 로베르토 아저씨의 무슨 음식점 같은 뜻 같다.
식당 내부. 분위기 합격이다.
카운터고 약간 험악하게 생긴 저 이탈리아 아재가 혼자라고 하니까 안내해 줬다.
자 준비는 완료 되었습니다.
그....모르겠고 그냥 볼로네제 라구 파스타 달라고 하니까 역시라는 표정과 함께 알았다고 했다.
식전빵. 어지간한 호텔 이탈리아 음식점 보다 맛있다.
사실 식전빵 먹고서 파스타 퀄리티는 더이상 의심하지 않아도 되었다.
와우!
미쳤다 이건.
인상 험한 아재가 오더니 "파르마지오?" 하길래 ㅇ.ㅇ? 하는 표정 지으니까
일단 가져다 줄게 하더니
저걸 주시면서
형 : Say 파르마지오!
나 : 파, 파르마죠?
형 : 파 르 마 지 오!
나 : 파르마지오!
형 : 파르마지오!!
나 : 파르마지오!!!
형 : Good.
하고 쿨하게 돌아가심. 역시 유쾌한 국민들이다.
단언컨데 내가 여태까지 살면서 먹어본 파스타 중에 단연 원탑이고
면과 소스 이 두 가지로 구현할 수 있는 맛의 최고 수준이 아닐까 싶다.
그야 말로 미친 존맛탱이다.
형님에게 트레이닝 받은 치즈 좀 뿌려 볼까.
와씨 진짜 욕나오게 맛있다.
소식인이라 여태까지 유럽 오면 음식 끝까지 먹은 경우가 거의 없는데
너무 맛있어서 한 점까지 다 먹었다.
맘 같아서는 혀로 핥아 먹고 싶었는데 사회적 체면을 고려해서 품의를 지키는 걸로 결정했다.
직원이 와서 다른 거 주문안함? 하는데
평소 같았으면 아임 풀 시전할 텐데 뭔가 그러면 안될거 같은 마음에 디저트 뭐 있냐고 하니까
몇 가지 설명해 주는데 하나도 모르겠고 딱 하나 알아 들은 게 있어서 그거 달라고 했다.
티라미수님 등장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한 동안 느끼지 못했던 직업 만족도라는 것이 절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저 위에 두 개는 빵이다.
아래는 에스프레소에 적셔진 빵이고 맛있긴 한데 순간
응? 너무 진한데 설마 잠 못자는 거 아냐;; 하는 걱정이 들었다.
저녁에 기절하듯이 잤다.
인생 파스타인건 말할 것도 없고 여태껏 여행과 출장을 포함해서 먹은 모든 음식 중에
가장 맛있었다. 진짜 이 곳을 위해 여행을 와도 좋겠다 싶을 정도.
너무 좋아서 가게 구석을 사진 찍었고
계산하고 나가면서 잠깐 멈춰서 "The best past in ma life"라고 했더니
주인아재가 너무 감사하다고 고개 숙이면서 인사해 주었다.
https://maps.app.goo.gl/yWW1xqoHfhNvHegL9
La Taverna Di Roberto · Via S. Vitale, 9, 40125 Bologna BO, 이탈리아
★★★★★ · 음식점
www.google.com
누군가 볼로냐를 방문한다면 반드시 추천하고 싶은 식당이다.
그렇게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 하고 맞이한 다음 날.
또 다른 느낌의 광장.
회사 내부 자판기 커피 종류가 이렇게나 많다.
역시 커피에 진심인 나라다.
면세점 내부 유일한 식당. 사람 많은데 충전기가 없어서 패스.
그냥 일반 매점같은 곳에서 주는 조각피자인데 맛있더라.
역시 이탈리아라는 말이 몇 번 나온 지 모르겠다.